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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7년 전 내 손으로 직접 스폿 용접을 쳐서 만들었던 36V 15Ah짜리 전기자전거 배터리 팩을 완전히 해체했습니다. 수명이 다해 킥보드조차 제대로 굴리지 못하는 이 낡은 18650 셀 무더기를 폐기물 통에 쏟아부으며, 제 작업대 반대편에 놓인 도심항공교통(UAM)용 고출력 배터리 프로토타입 설계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손가락만 한 원통형 셀 수십 개를 병렬로 엮어 동네를 쏘다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전동화 혁명이라 믿었는데, 이제는 수백 킬로와트시(kWh)의 에너지를 싣고 하늘을 나는 기체의 전력 시스템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배터리 공학이 이끌어갈 진짜 모빌리티 혁명은, 제가 방금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저 구시대의 폼팩터와 화학계를 완벽하게 박살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폐 배터리 창고 모습

한계에 다다른 '쥐어짜기' 공학과 액체 화약고

현재 제 작업실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이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공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상 물리적 한계치에 도달한 '쥐어짜기'의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며칠 전 최신 하이니켈 21700 셀의 피복을 벗기고 내부 젤리롤(Jelly-Roll)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캔 내부의 여유 공간이 단 0.1mm도 없이 극한의 텐션으로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물리적인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는 이미 300Wh/kg이라는 열역학적 벽에 턱걸이하고 있죠.

 

가솔린차를 뛰어넘기 위해 무거운 전이금속 구조체를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는 지금의 전기차 배터리 팩은, 엄밀히 말해 언제든 열폭주를 일으킬 수 있는 불안정한 화약고를 바퀴 네 개 위에 올려둔 것과 다름없습니다.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펌웨어를 아무리 정교하게 튜닝하여 마이크로초 단위로 컷오프(Cut-off) 전류를 제어한다 한들, 액체 전해질이 갖는 태생적인 인화성과 무거운 무게를 극복하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의 수직 이착륙 모빌리티나 1,000km 연속 주행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미래는 '무거운 뼈대'와 '불타는 액체'를 버리는 자가 지배할 것입니다. 저는 최근 연구용으로 소량 입수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펠릿(Pellet)과 얇은 리튬 금속(Lithium Metal) 호일을 압형기에 넣고 압력을 가해 테스트하면서 그 파괴력을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흑연이라는 거대한 탄소 주차장을 통째로 없애버리고 리튬 자체가 직접 음극이 되는 순간, 배터리의 두께는 종잇장처럼 얇아지면서도 용량은 미친 듯이 폭증합니다. 제 작업대 서랍에 굴러다니는 이 무거운 18650 리튬이온 셀들이 머지않아 카세트테이프나 플로피 디스크처럼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날이 5년도 채 남지 않았음을 확신합니다.

모빌리티의 확장과 팩 패키징 개념의 붕괴

모빌리티의 무대가 도로를 넘어 하늘과 바다로 확장되면서, 제가 매일같이 만지는 팩 패키징의 개념 자체도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소형 레저용 보트의 내연기관 선외기를 전기 모터로 개조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호기롭게 14S 10P 구조로 방수 팩을 짜서 납품했지만, 수압과 파도를 밀어내야 하는 해상 환경은 아스팔트 노면과는 저항력 자체가 달랐습니다. 유체의 밀도가 공기보다 800배 이상 높다 보니 프로펠러가 물을 밀어낼 때 모터에 걸리는 부하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스로틀을 당길 때마다 방전율이 5C를 가볍게 넘나들었고, 팩 내부 온도는 순식간에 65도를 돌파했습니다. 결국 셀과 셀 사이를 전부 방열 에폭시로 떡칠해 굳혀버리는 극단적인 포팅(Potting) 작업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열폭주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UAM이나 대형 전기 선박처럼 이륙이나 출발 시 수백 암페어의 돌입 전류를 쏟아내야 하는 미래 모빌리티에서는, 지금처럼 작은 셀을 모듈로 묶고 다시 팩 케이스로 덮는 둔탁한 CTM(Cell to Module) 방식으로는 무게와 발열을 절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 자체가 기체의 뼈대 역할을 겸하는 CTP(Cell to Pack)나 CTC(Cell to Chassis) 기술이 유일한 해답이 될 것입니다. 조만간 저 같은 엔지니어들이 니켈 플레이트를 오려내어 팩을 '조립'한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차체 새시 내부에 활물질을 직접 코팅하거나 고체 전해질을 통째로 몰딩해 넣는 화학적 건축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개인이 스폿 용접기로 무언가를 뚝딱뚝딱 고칠 수 있는 DIY의 낭만도 그쯤 되면 끝이 나겠죠.

굴러다니는 보조 배터리, V2G와 재사용의 역습

이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제가 푹 빠져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폐배터리의 재활용입니다. 저는 최근 수명이 70% 이하로 떨어져 주행용으로는 폐기 판정을 받은 구형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주워다가, 작업실 지붕의 400W 태양광 패널과 엮어 나만의 오프그리드(Off-grid)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구축했습니다. 놀랍게도 2톤짜리 자동차를 굴리기에는 낙제점이었던 이 늙고 병든 배터리 모듈이, 제 작업실의 대형 스팟 용접기와 컴프레서를 하루 종일 무리 없이 돌리기에는 차고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냈습니다.

 

미래의 모빌리티는 단순히 에너지를 까먹으며 이동하는 운송 수단이 아니라, 거대한 '굴러다니는 보조 배터리'가 될 것입니다. 주차장에 서 있는 수십만 대의 전기차가 국가 전력망과 연결되어 남는 전기를 한전으로 역송전하는 V2G(Vehicle to Grid)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단방향으로 충전만 하는 것을 넘어, 배터리의 직류(DC) 전원을 고품질 교류(AC)로 변환해 전력망의 밸런스를 맞추려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더 가혹한 충방전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합니다. V2G 환경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미세한 충전과 방전(Micro-cycling)이 반복되며, 이는 기존의 딥 사이클(Deep Cycle) 노화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덴드라이트 성장과 SEI 층 파괴를 유발합니다. 제가 작업실 구석에서 폐모듈과 싸구려 인버터로 엮어놓은 이 투박한 재사용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다가올 스마트 그리드 혁명의 가장 큰 기술적 허들이 될 것입니다.

 

지금 막, 제 작업대 위에 물려둔 차세대 중국산 소듐(나트륨) 이온 샘플 셀의 내부 저항 테스터기 알람이 매섭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화성 충전을 막 마쳤는데, 상온 25도 환경에서 12mΩ이라는 믿기 힘든 훌륭한 수치가 찍혀 있습니다. 소듐 이온은 리튬보다 원자 크기가 커서 인터칼레이션 과정이 둔탁할 줄 알았는데, 방전기를 물려 3C로 당겨보니 전압 강하(Voltage Sag)가 리튬이온 못지않게 탄탄하게 버텨줍니다. 가격은 리튬의 10분의 1 수준이면서 영하 20도에서도 방전 효율이 90%를 유지한다니, 이놈이 상용화되면 제가 겨울마다 킥보드 배터리에 단열재를 칭칭 감던 수고로움도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낡은 18650 팩을 폐기물 통에 던져버린 지 불과 두 시간 만에, 리튬의 시대를 끝장낼지도 모를 새로운 화학계의 에너지가 제 손끝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액체 전해액의 온도가 떨어져 이온 전도도가 변하기 전에, 당장 BMS 센싱 케이블부터 납땜해 밸런싱 캘리브레이션을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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