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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기자전거 배터리 팩을 처음 제작했을 때였습니다. 새로 구입한 18650 셀이라 모두 같은 성능일 것이라 생각하고 전압만 대충 확인한 뒤 바로 스폿 용접을 진행했습니다. 조립을 마치고 BMS를 연결한 후 충전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충전 시간이 훨씬 길었고, 완충 후에도 일부 셀의 전압이 4.20V에 도달한 반면 어떤 셀은 아직 4.12V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BMS가 불량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측정해 보니 문제는 BMS가 아니라 셀마다 조금씩 달랐던 전압과 내부 상태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좋은 셀보다 서로 잘 맞는 셀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배터리 팩을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셀 하나의 작은 차이가 전체 팩의 성능을 좌우하는 순간을 반드시 경험하게 됩니다. 전기차와 ESS, 전동공구, 전기자전거까지 모두 수십 개에서 수천 개의 셀을 직렬과 병렬로 연결해 사용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같은 제조사의 같은 날짜 생산 셀이라도 충전 상태와 내부 저항, 용량이 완벽하게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바로 셀 밸런싱(Cell Balancing)입니다. 오늘은 실제 배터리 팩을 제작하며 경험했던 사례와 함께 셀 밸런싱의 원리와 액티브·패시브 방식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셀 밸런싱은 왜 반드시 필요한가?
배터리 팩을 처음 제작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새 셀이니까 모두 똑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같은 모델의 셀이라면 전압도 같고 용량도 같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충전기를 연결해 하나씩 측정해 보면 3.58V인 셀도 있고 3.63V인 셀도 있으며 내부 저항(IR) 역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이 작은 차이는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직렬로 연결되는 순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직렬 연결에서는 모든 셀에 동일한 전류가 흐르지만 각 셀의 충전 속도와 방전 속도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결국 가장 먼저 4.20V에 도달하는 셀이 생기고, 반대로 가장 먼저 방전 하한 전압에 도달하는 셀도 생깁니다. BMS는 전체 팩이 아니라 가장 먼저 한계에 도달한 셀을 기준으로 충전이나 방전을 멈추기 때문에 나머지 셀에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어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중고 셀을 이용해 캠핑용 파워팩을 제작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전체 전압은 정상인데 사용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셀 전압을 하나씩 측정해 보니 특정 셀 하나만 유독 빨리 전압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셀 하나 때문에 전체 팩의 성능이 제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셀을 조립하기 전에 전압뿐 아니라 내부 저항과 용량까지 함께 측정해 최대한 비슷한 특성의 셀끼리 묶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패시브 밸런싱과 액티브 밸런싱은 무엇이 다른가?
셀 전압 차이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패시브 밸런싱과 액티브 밸런싱 두 가지로 나뉩니다. 패시브 밸런싱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충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전압이 높은 셀만 선택하여 저항을 통해 일부 에너지를 열로 소모시킵니다. 쉽게 말하면 가장 앞서가는 셀의 속도를 일부러 늦춰 나머지 셀이 따라올 시간을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대부분의 DIY용 BMS도 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회로가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에너지를 열로 버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효율은 높지 않습니다. 반면 액티브 밸런싱은 남는 에너지를 버리지 않습니다. 전압이 높은 셀의 에너지를 전압이 낮은 셀로 직접 이동시켜 전체 균형을 맞춥니다. 에너지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고 대용량 배터리 팩에서 큰 장점을 보입니다.
전기차나 대형 ESS에서는 이러한 액티브 밸런싱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 고급 시스템에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로 구성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기 때문에 일반 DIY 배터리 팩에서는 아직 패시브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 구분 | 패시브 밸런싱 | 액티브 밸런싱 |
|---|---|---|
| 동작 방식 | 높은 셀의 에너지를 열로 소모 | 에너지를 다른 셀로 이동 |
| 효율 | 보통 | 높음 |
| 구조 | 단순 | 복잡 |
| 적용 분야 | DIY, 전동공구, 일반 BMS | 전기차, ESS, 대용량 시스템 |
좋은 BMS보다 중요한 것은 셀 매칭이었다
배터리를 오래 만들다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비싼 BMS를 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BMS는 셀을 관리하는 장치일 뿐 이미 크게 차이가 나는 셀을 새것처럼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예전에 용량이 조금씩 다른 중고 셀을 섞어 하나의 팩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특정 셀의 전압 편차가 점점 커졌고, 충전 시간이 길어지며 방전 종료 시점도 빨라졌습니다. 결국 BMS는 계속 밸런싱을 시도했지만 근본적인 셀 성능 차이를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배터리 팩을 제작하기 전 반드시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 셀 전압이 충분히 일치하는가
- 내부 저항(IR)이 비슷한가
- 실제 용량 차이가 크지 않은가
이 세 가지를 맞춘 뒤 BMS를 연결하면 밸런싱 속도도 빨라지고 전체 팩의 수명도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결국 셀 밸런싱은 문제가 생긴 뒤 해결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처음부터 셀을 잘 선별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팩을 만들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더 이상 스팟 용접이 아닙니다. 셀 하나하나의 전압과 내부 저항을 측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 과정을 생략했던 팩보다 훨씬 오래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좋은 배터리 팩은 화려한 부품보다 기본적인 셀 매칭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배터리 수명을 크게 좌우하는 충전 습관과 SOC(State of Charge) 관리 방법을 실제 사용 경험과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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