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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배터리 팩을 수리하다 보면 작업대 한쪽에 자연스럽게 수명이 끝난 18650 셀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나도 처음에는 전압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내부저항이 크게 올라간 셀을 그저 '못 쓰는 배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폐기하려고 따로 모아둔 셀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겉으로는 낡고 성능도 떨어졌지만 그 작은 금속 캔 안에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구리, 알루미늄처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래 사용한 전기자전거 팩을 분해하면서 흥미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팩 전체로 보면 더 이상 정상적인 주행거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셀을 하나씩 분리해 전압과 내부저항을 측정해 보니 상태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일부는 재사용 가능성을 검토할 정도로 상태가 괜찮았고, 반대로 몇몇 셀은 전압이 크게 떨어지고 내부저항도 높아 사실상 수명을 다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폐배터리를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성능이 서로 다른 자원이 모여 있는 저장고'처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이런 폐배터리는 앞으로 훨씬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의 핵심도 결국 이 안에 남아 있는 금속을 얼마나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다시 회수해 새로운 배터리 소재로 되돌리느냐에 있습니다.
수명이 끝난 배터리 안에도 값비싼 자원은 남아 있습니다
내가 폐배터리를 분류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외관보다 전압과 내부저항입니다. 겉모습이 멀쩡하더라도 내부저항이 크게 증가한 셀은 부하를 연결하는 순간 전압이 빠르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오래된 셀인데도 예상보다 안정적인 특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를 직접 측정하다 보면 '폐배터리'라는 하나의 단어로 모든 셀을 묶는 것이 생각보다 단순한 판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배터리의 용량이 감소했다고 해서 내부의 금속 원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NCM 계열 배터리의 양극재에는 니켈·코발트·망간·리튬 등이 존재하고, 집전체에는 알루미늄과 구리가 사용됩니다. 사용 과정에서 전극 구조가 열화 되고 가용 리튬이 감소하면서 셀의 성능은 떨어지지만, 상당한 원료 물질은 셀 내부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는 배터리 제조 원가뿐 아니라 원료 공급망 측면에서도 중요한 금속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회수할 수 있다면 폐기물 감소와 원료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가 작업실에서 몇십 개의 폐셀을 모아 놓고 무게를 재본 적이 있는데, 작은 18650 몇 개를 볼 때와 수십 개가 한꺼번에 쌓여 있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전기차 한 대에는 이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배터리 소재가 들어가니, 앞으로 수명이 끝난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폐배터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원 시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폐배터리는 어떻게 다시 배터리 원료가 될까?
폐배터리 재활용이라고 하면 나는 처음에 셀을 녹여 금속만 꺼내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공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합니다. 배터리에는 전기가 남아 있을 수 있고 가연성 전해액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금속 폐기물처럼 바로 파쇄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폐팩을 분해할 때도 비슷합니다. 겉으로 완전히 방전된 것처럼 보이는 팩이라도 멀티미터를 대 보면 잔류 전압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여러 셀이 직렬로 연결된 팩에서는 단자 하나를 잘못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단락이 발생할 수 있어, 폐기할 셀이라고 해서 긴장을 풀지는 않습니다. 산업 규모의 리사이클링 공정에서 안전한 방전과 전처리가 중요한 이유를 이런 경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재활용 과정에서는 배터리를 안전하게 전처리한 뒤 해체·파쇄하고, 철과 알루미늄·구리 같은 물질을 물리적으로 분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 활물질이 섞인 검은 분말이 만들어지는데 흔히 '블랙매스(Black Mass)'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 물질에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 배터리의 핵심 자원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후 금속을 회수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건식제련(Pyrometallurgy)과 습식제련(Hydrometallurgy)이 있습니다. 건식 방식은 높은 온도에서 원료를 처리해 금속을 분리하는 방법이고, 습식 방식은 블랙매스를 산 등에 침출시킨 뒤 용액 속 금속을 선택적으로 분리·정제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기존 양극재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거나 복원해 다시 활용하려는 직접 재활용(Direct Recycling) 기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 방식 | 핵심 원리 | 특징 |
|---|---|---|
| 건식제련 | 고온 열처리·용융 |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에너지 투입이 큼 |
| 습식제련 | 침출·분리·정제 | 다양한 금속의 선택적 회수에 유리 |
| 직접 재활용 | 활물질 구조 복원·재사용 | 공정 단축 가능성이 있지만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음 |
실제 공정을 공부하면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부분은 '금속을 회수한다'는 말보다 그 금속을 다시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순도로 정제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작업실에서 셀을 분해하는 것과 새로운 셀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였고, 결국 리사이클링의 경쟁력도 회수율뿐 아니라 얼마나 깨끗한 배터리급 소재로 되돌릴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고 느꼈습니다.

3. 폐배터리의 두 번째 삶은 재사용과 재활용에서 갈립니다
폐배터리를 다루면서 내가 가장 자주 고민했던 것은 "이 셀을 정말 폐기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였습니다. 전기자전거 팩에서 제거한 셀 가운데 일부는 고출력 모터를 구동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했지만, 낮은 전류를 사용하는 다른 용도에서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전압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내부저항과 용량, 셀 편차와 사용 이력까지 함께 살펴야 했습니다. 이것이 폐배터리 산업에서 말하는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ing)의 차이와 연결됩니다. 차량용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는 배터리라도 상태 평가를 거쳐 다른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하면 소재를 회수하는 재활용 과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나는 DIY 경험을 통해 재사용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출처와 사용 이력을 알 수 없는 중고 셀 여러 개를 단순히 전압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다시 묶으면 내부저항과 실제 용량의 차이가 누적되면서 특정 셀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 셀보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폐셀을 무작정 다시 팩으로 구성하는 것은 리사이클링과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폐배터리를 제대로 다루려면 결국 상태 진단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배터리는 적절한 조건에서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고, 수명을 다한 배터리는 안전한 회수 공정으로 보내 소재를 다시 자원으로 돌려야 합니다. 나는 이 흐름을 알고 난 뒤부터 작업대에 남은 폐셀을 예전처럼 단순한 고철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배터리를 직접 만들 때는 새 셀의 용량과 방전 성능에만 관심이 갔지만, 오래된 팩을 하나씩 해체하면서 배터리의 진짜 생애는 충전이 되지 않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셀 안에 남아 있는 니켈과 코발트, 리튬이 다시 정제되어 새로운 양극재가 되고 또 다른 배터리로 돌아온다면 내가 폐셀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작업실에서 수명이 끝난 셀이 나오면 바로 다른 셀과 섞어두지 않고 상태와 출처를 구분해 따로 관리합니다. 직접 팩을 만드는 사람에게 좋은 셀을 고르는 능력이 중요하다면, 수명이 끝난 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 역시 배터리를 끝까지 책임지는 기술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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