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체감온도 영하 15도를 밑도는 맹추위 속에서 뼈저리게 겪었던 일이다. 직접 빌드한 60V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데, 출발 전 분명 80%를 가리키던 전압 게이지가 순식간에 45V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기체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배터리 수명이 다 된 줄 알고 무거운 킥보드를 낑낑대며 작업실로 끌고 돌아왔는데, 실내의 따뜻한 온기에 팩이 녹자마자 전압이 58V 정상 수치로 스르륵 복원되는 것을 보고 허탈감과 동시에 묘한 오기가 생겼다. 대체 영하의 기온은 배터리 내부에서 무슨 짓을 벌이길래, 빵빵하게 충전된 에너지를 순식간에 깊은 동면 상태로 밀어 넣는 것일까? 얼어붙은 이온의 고속도로: 전해액 점도 상승과 키네틱(Kinetic) 저하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의 가장 직관적이면..
지난달 항공 촬영용 드론의 배터리 팩을 리빌드하면서 무게 문제로 깊은 한숨을 내쉰 적이 있습니다. 비행시간을 15분만 더 늘려보겠다고 21700 셀을 병렬로 덧붙였더니, 총중량이 2kg을 훌쩍 넘어가면서 모터와 변속기에 극심한 발열이 걸리고 이륙 한계 하중을 초과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작업대 위에 묵직하게 놓인 NCM 팩을 보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물리적인 벽에 부딪혔음을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아무리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전극 공정을 깎아내도 무거운 전이금속 구조체와 흑연 탄소 격자를 유지하는 한 극적인 경량화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하늘을 날거나 한 번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질주하기 위해서는 화학계 자체를 송두리째 뒤바꾸는 혁신이 필..
수백 번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혹독한 과정 속에서 납축전지나 과거의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전극 물질 자체가 용해되거나 형체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변형되는 가혹한 겪음을 겪습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가 오랜 세월 동안 고용량의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가역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비결은, 전극 고체 물질의 뼈대와 결정 격자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오직 리튬 이온만 그 사이를 유연하게 드나드는 '인터칼레이션(Intercalation, 삽입)' 반응 덕분에 가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극 결정 격자 사이를 오가는 리튬 이온의 미시적 이동 원리와 함께, 실전 현장에서 충·방전 시 전극 노화를 유발하는 오버포텐셜(과전압) 및 리튬 플레이팅 현상의 공학적 메커니즘을 현장 작업자의 시선으로 정밀하게 해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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